미일 금리차 확대에 개입 효과 단기적·제한적 전망

일본 정부가 21일(이하 일본시간)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을 넘어 급속히 엔 약세가 진행되자 한 달 만에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한 가운데 개입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야에 해외 외환시장에 단독으로 개입했을 뿐 아니라 개입 여부도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전 개입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日정부 이례적 환율방어…심야 해외 단독개입·개입여부 안밝혀
◇ '복면개입'은 시장 경계감 높여 엔화 매도 늦출 목적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21일 오후 11시께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1.90엔대까지 오르자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환율 개입을 시행했다.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엔 매수 개입을 한지 한 달만의 추가 개입이다.

개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일부 전자거래 시스템에서 달러당 144엔대 중반까지 7엔 이상 내렸다가 이후 147엔대 후반에서 마감했다.

지난달 개입에 엔 매수로서는 사상 최대인 2조8천382억엔(약 27조6천억원)을 투입해 환율은 5엔가량 내렸다.

이번 개입에도 수조엔 정도가 들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했다.

지난달 개입 직후 이 사실을 발표한 것과 달리 일본 정부는 이번에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호주 방문 중 기자들에게 개입 여부와 관련해 "환율에 대해 구체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복면개입'(覆面介入)으로 시장에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투자자들을 견제함으로써 엔화 매도 움직임을 완화할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日정부 이례적 환율방어…심야 해외 단독개입·개입여부 안밝혀
◇ "주말 앞두고 해외 외환시장 단독개입…느슨한 틈 노려"
일본 정부가 주말을 앞두고 해외 외환시장에 단독으로 개입한 점도 눈에 띈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외환시장이 끝나고 주말 거래가 적은 해외시장에서 외국 당국과 연계하지 않은 단독 개입이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엔 매수·달러 매도 환율 재개입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를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달러 강세를 용인해 일본 정부의 개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엔화를 거래하는 사업자 상당수가 휴일 모드에 들어간 시간대에 개입해서 시장 참여자를 놀라게 했다"며 "주말 직전 엔화 거래가 적은 시간대에 개입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찌른 모양새"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입 직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12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 보도로 엔고로 가는 힘이 세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日정부 이례적 환율방어…심야 해외 단독개입·개입여부 안밝혀
◇ "미일 금리차가 엔화 약세 원인…주초에 엔 약세로 돌아설 것"
하지만 엔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인 미일 간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일본 정부의 개입이 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개입 직후 환율은 달러당 145.90엔에서 140엔대까지 5엔가량 잠시 내렸지만 한 달 만에 10엔 이상 다시 올랐다.

시장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가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개입에도 외환 거래가 늘어나는 주초에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오는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미 연준은 다음 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금융완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금리차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약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