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조직문화 중요성 커져…다양성·포용 없인 성장 어렵죠"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새 국가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조직 문화 적응입니다. 바이엘은 159년 동안 145개 나라에 진출해 양측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합하는 경험을 쌓았죠. 기업경영 화두로 자리잡은 다양성과 포용(Diversity&Inclusion·D&I)이 내재된 비결입니다.”

황유선 바이엘 코리아 인사 총괄(사진)은 바이엘의 D&I 활동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018년 바이엘 코리아에 합류한 그는 인사 부문에서만 30년 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바이엘의 기업 가치를 반영한 인사 정책을 도입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D&I 위해 2030 비전 선포

D&I는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국내 기업들도 D&I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다. 팬데믹 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황 총괄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에 놓일 때 기업은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바이엘은 2030년까지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달성하겠다는 취지의 ‘포용과 다양성을 위한 2030 목표(Inclusion & Diversity Aspiration 2030)’를 발표했다. 관리자급 이상 임직원의 성비를 2030년까지 50:50으로 맞추고 장애가 있는 직원을 전체의 5%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최고 경영진의 국적도 37개가 넘도록 구성한다.

바이엘은 직원 개개인의 정체성을 존중·발전시켜야 할 자산이라고 여긴다. 성전환자나 소수자 등이 자연스럽게 융화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 단체가 ‘BRGs(Bayer Resource Group)’다.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지지·대변하는 5개 BRG가 경영진을 대상으로 문화적 관점을 토대로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제안하는 역멘토링을 한다.

한국 임원진 70%가 여성

이는 바이엘 코리아의 인력 구성에도 반영됐다. 황 총괄은 “한국은 문화적 배경이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성별 다양성 확보가 상당히 중요한 목표”라며 “바이엘 코리아는 남녀 성비가 50:50이고,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진 그룹 여성 비율은 70%에 이른다”고 했다.

바이엘 코리아는 출산·육아 등으로 장기 휴직에 들어갔던 직원이 빠르게 업무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웨이팅 박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력단절 기간 탓에 업무 배치나 승진 등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10여 년부터 모든 임직원은 직책 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일하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 조직인 ‘바이오니어’도 운영한다.

최근엔 많은 국내 기업이 D&I를 위해 임직원 성비를 맞추거나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평가를 위한 목적에만 그친다면 기업 문화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게 황 총괄의 설명이다. 바이엘은 이를 막기 위해 회사가 정한 목표를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피드백을 요청하는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특성 맞춰 ‘라운즈’ 도입

최근 D&I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WoW(Way of Working)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 업무방식 등의 특성에 맞춰 20개의 업무 전략을 정해 지키는 것이다. 바이엘 코리아는 20여개 #WoW 중 라운즈(Rounds), 세이프 투 트라이(Safe to Try) 등 세 가지 전략을 가장 먼저 도입할 계획이다.

라운즈는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 모두 돌아가며 한 번씩 본인의 의견을 방해받지 않고 표현하는 아이디어 공유 방법이다. 세이프투트라이는 찬성이 일부 있으면 일단 시도해 본 뒤 계속 점검하면서 바꿔나가는 방식이다. 반대 시각을 수용하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세대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황 총괄은 “많은 기업이 D&I 전략을 도입하면서 성별, 세대 등 수량적 목표를 성과지표(KPI)로 설정하지만 이는 D&I가 잘 실현됐을 때 따라오는 후행 지표”라며 “조직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면 성별·세대 이슈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