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급등에 증시 폭락 ‘패닉’ > 원·달러 환율이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431원30전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40원) 후 1430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 환율 급등에 증시 폭락 ‘패닉’ > 원·달러 환율이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431원30전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40원) 후 1430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미국의 긴축 쇼크에 이은 유럽발(發) 악재로 26일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블랙 먼데이’가 연출됐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넘게 뛰며 1430원을 돌파했고, 코스피지수는 3%, 코스닥지수도 5% 넘게 급락했다.

당분간 특별한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통 악재만 부각되면서 세계 경제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22원 오른 1431원3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3월 16일(1440원) 후 13년6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5원40전까지 치솟았다가 마감 직전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1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이후에도 고강도 긴축 방침을 밝힌 충격이 남은 상황에서 지난 주말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으로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서울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발표한 각종 감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부채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며 “극우 성향 후보가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점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14.37까지 치솟았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했고, 영국 파운드화는 3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내외 증시도 휘청였다. 코스피지수는 3.02% 하락한 2220.94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7월 27일 이후 최저다. 코스닥지수는 5.07% 급락한 692.37에 마감하며 2년3개월 만에 700선이 붕괴했다. 코스닥지수가 5% 이상 하락한 것은 2020년 3월 12일(-5.39%) 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66%), 대만 자취안지수(-2.4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0%)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조미현/심성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