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불러일으킨 선박 품귀현상이 아시아 국가의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의 선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상 운임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올겨울 에너지 운반선 부족에 따른 운임 상승이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의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전쟁이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있다. 대신 더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 운반선의 운항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용 가능한 선박 수가 줄어들자 해상 운임은 뛰어오르고 있다. 이는 미국 등의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국가로 향하는 에너지 운반선의 운임은 최근 급등하고 있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산 석유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비용은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LNG선 운임은 지난해 겨울 최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운반선 수요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겨울 에너지 대란을 우려한 유럽 국가들이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주사인 플렉스LNG매니지먼트는 “겨울 동안 빌릴 수 있는 LNG 운반선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화물시장 분석 플랫폼인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올해 (운반선이 동나는) 놀라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