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놓고 마주앉은 여야가 31일에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종부세 개정을 위한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11억원인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민주당과 올해만 한시적으로 14억원까지 올리자는 정부·여당안이 충돌했다.

주택 공시가격이 종부세 과세표준에 반영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당정은 60%, 민주당은 80%를 제시하고 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하며 협상은 당초 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11억원 과세 기준에서 한발도 후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 간사 간 대화는 진전되지 못했다.

신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대한 아무런 복안 없이 부자 감세, 긴축 재정만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예고한 감세안대로면 연 12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당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협상 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7.22%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종부세 과세 기준을 14억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4억원이라는 기준도 조정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합의만 되면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개편 협상은 지난 28일 출범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얼마나 정책적 변화를 시도할지 살펴볼 가늠좌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만남에서 종부세 개정안 합의 등의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까지 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온 법안의 처리 방향을 하루아침에 되돌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오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후 본회의 처리도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종부세 개편을 위한 논의도 민주당안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종부세 감면폭이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