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
복수의결권 찬반 논쟁…"증시 저평가" vs "벤처 자금조달 도움"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벤처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복수의결권 관련 세미나에서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활성화와는 무관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창업주에게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없이도 2016년부터 6년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32개나 생겼다"며 "유니콘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에도 상장 직전까지 가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 활성화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재벌 기업)에도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재벌은 가족의 지배권을 영속화하고, 경제력 집중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건부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혜섭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부위원장)는 "세계적으로 볼 때 복수의결권을 인정한 국가가 더 많고, 규제보다는 자율이 시장 친화적이라는 측면에서 복수의결권은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려면 실질적으로 현재 복수의결권 효과를 내는 각종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총회 등 일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각종 제도, 차명주식, 상장사 사이 상호주식 보유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또 물적분할 시 일반주주 보호 및 모자회사 동시상장 금지, 합병비율이나 주식매수청구권 기준을 시가가 아니라 공정가치로 산정하도록 하는 등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회사에 대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수단을 보완해야 한다"며 "현재는 자본금 10억원 미만 비상장회사의 경우 상법상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선임 의무가 없고 이사회 구성 의무가 없는 등 내부 견제 수단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 또는 상속될 수 없는 복수의결권은 재벌그룹이 활용하기에 상당히 불편하다"며 복수의결권이 이전 또는 상속되지 않도록 거래소 상장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