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2030 영끌족’의 정신적 공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리가 낮았던 지난 2년간 빚을 내 주식과 코인 등에 투자했다가 고금리와 시장 침체로 손해가 커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 30대 초반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의 집 벽에는 비트코인 그래프가 붙어 있었다. 데스크톱PC에는 비트코인 시세 현황판과 주식거래 사이트가 켜져 있었다. 고인의 지인은 “코인투자에 실패하자 상심이 컸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는 로또 복권도 여러 장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배달음식, 쓰레기 등으로 집안을 어질러 놓거나 반려동물을 방치해 아사시키는 경우가 빈번히 벌어진다. 특수청소업체 비움의 진충성 소장은 “비슷한 청소 의뢰를 1주일에 1~2건, 한 달에 많게는 10건까지 받는다”며 “투자로 (돈을) 날렸다며 비용을 4~5개월 할부결제하겠다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의 한 정신과 의사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주식 우울증으로 병원에 오는 사람이 두 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는 하루에 10명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상담차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손해 복구를 위해 다시 ‘영끌’에 나서는 이도 늘고 있다. 리스크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3년차 직장인 최모씨(31)는 최근 제2금융권은 물론 지인까지 동원해 총 5000만원을 빌려 비트코인에 ‘올인’했다. 최씨는 2020년부터 코인투자로 1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가 지난 5월 루나 사태로 몽땅 날렸다. 당시 공황상태에 빠지며 회사생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는 당시 교제하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최씨는 그러나 “끊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본전을 생각하면 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휴식 기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신의 6개월치 급여가 넘는 큰 손실이 생겼다면 그 어떤 투자도 시도하지 말고 쉬는 시간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불안과 공황에 빠진 뇌는 더 위험한 투자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며 “최소 두 달간 투자를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세로토닌의 균형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판단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광식/최세영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