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찰연구원 "제주 자치경찰제 먼저 실질 운영 필요"
이기우 "일원화 자치경찰제 문제점 계속 발생, 빠르게 제도 정비해야"

"경찰국 신설 등 중앙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지는 보이지만, 정작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는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

"
전국 일원화 자치경찰제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30일 제주도자치경찰단 소속 모 경위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이원화 자치경찰제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줌in제주] 이원화 자치경찰제 또 산으로?…속 타는 제주자치경찰단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원화 자치경찰 체제로 운영되는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이원화 자치경찰제 도입이 또다시 물 건너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애를 태우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작 경찰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이원화 자치경찰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지난 21일 대통령 소속 '(가칭)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장기과제로 '사법·행정경찰 구분'을 논의하는 방안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장기과제의 사법경찰은 국가경찰 공무원을, 행정경찰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자치경찰 공무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원화 자치경찰제가 논의가 장기과제로 분류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제1대 국정과제로 지방분권을 선언하고, 그 실천과제의 하나로 '자치경찰권 강화'를 제시했다.

세부 실행방안으로는 '국가경찰로부터 이원화한 자치경찰'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이원화 자치경찰제가 장기과제로 분류돼 사실상 이원화 자치경찰제 논의는 요원해진 상황이다.

해당 권고안이 발표되자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물론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원화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차례 입법이 추진됐지만, 최종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는 만큼 또다시 늦춰질 경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줌in제주] 이원화 자치경찰제 또 산으로?…속 타는 제주자치경찰단
제주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원화 자치경찰제의 모델로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운영된다.

하지만 제주경찰청 내 자치 사무를 맡은 국가 자치경찰과 중복되는 업무가 많아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으로 다른 지역보다 고심이 깊다.

제주 외 다른 지역은 국가 경찰공무원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일원화 체계로 돼 있다.

제주도자치경찰단은 현재 최근 3년간 이원화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 당시 발생했던 문제점을 들여다보며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언제라도 다시 이원화 자치경찰제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걸고 있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제주에서 이원화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을 먼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행안부에 서면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오임수 제주도 자치행정과장은 "건의문에 대한 답변은 추후 관련 부서에서 작성해 서면으로 보내온다"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찰연구원은 이날 '제주형 이원적 자치경찰제 발전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원화 모델이 도입된 제주지역 자치경찰제를 먼저 실질화해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찰연구원은 제주도의 의뢰로 지난해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한국경찰연구원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일원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되레 전국 유일의 지자체 소속 제주도자치경찰단의 역할이 위축됐다며 조직구조 개편을 통해 제주자치경찰단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인 '자치경찰권 강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줌in제주] 이원화 자치경찰제 또 산으로?…속 타는 제주자치경찰단
한국경찰연구원은 당장 현실적인 조직개편 방안으로 '자치경찰제 확대 시범 운영 당시 제주자치경찰단 조직으로의 회귀와 사무 범위의 점진적 확대'를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전국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를 목표로 2018년 초부터 제주경찰단의 사무 범위와 인력을 실험적으로 확대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2018년 4월 제주경찰청과 한시적인 업무협약을 맺고 당시 국가경찰 사무인 생활안전과 아동·청소년, 교통 업무를 넘겨받았다.

제주경찰청 산하 3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도 관할하게 됐다.

또 112신고 유형 55종 중 비교적 긴급하지 않은 일상 신고 12종(주취자, 보호조치, 교통 불편, 분실물, 위험 동물 등)도 맡았다.

이를 위해 제주경찰청 인력 268명이 제주자치경찰단에 파견됐다.

한국경찰연구원은 이 모델이 상대적으로 입법적 개정과 보완의 부담이 적고 업무협약 개정을 통해 인력 이관 등 인력을 보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제주자치경찰단의 가장 주요한 역할인 주민밀착 치안 서비스 제공에 더욱 역점을 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용역 책임연구원인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분명한 점은 제주자치경찰단이 자치경찰제를 선도적으로 운영해 오면서 경험을 축적해온 만큼,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 이원화를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우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 균형 발전특위 위원은 "지방정부의 자치사무를 국가가 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또 예견됐던 현행 일원화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