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김병언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기수론'을 두고 "97세대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체 무엇을 공유하는지 모르겠다"며 "계파정치와 당내 모임을 주도했던 이들이 단지 70년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혁신의 아이콘이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비판한 97세대의 선두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조국 사태에서도 당내 여론을 거슬러 반성을 외치며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완주하며 체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박 의원은 '97세대론'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지금 언론에서 대략 5명의 의원들이 97세대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데, 이들 가운데 과연 민주당 내 위성정당 사태와 조국 사태,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반성의 목소리를 낸 이들이 몇명이나 되나"며 "나이가 젊다고 혁신의 주체를 자처하는 이들이 있지만, 지금 국민들이 민주당에 젊은 사람이 없다고 실망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을 개혁하기 위해 전당대회 투표방식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전당대회 및 지도부 선출 방식을 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뽑아야 국민의 목소리가 최소한이라도 반영될 수 있다"며 "일반 국민 비중을 50%로 해도 당원이 아닌 핵심 지지층이 투표할 수 있기에 이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는 지도부 투표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실체없는 개념인 97세대에게 당을 맡기기보다는 모든 계파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이들에게 당의 혁신을 맡기자는 제안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97세대 주요 인사로 박 의원 외에 강훈식·박주민·강병원·전재수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을 꼽는다. 이들은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박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완료하고, 법사위원장직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두가지는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한 약속인데, 패배했다고 흐지부지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한 약속을 기억한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다시 한번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지난 3월초에 윤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국민의힘이 박덕흠 의원의 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특위가 표류하면서 차도가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스스로 당 대표 선거 출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당대회 방식 변경과 집단지도체제의 도입 등이 전제된다면 출마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민주당의 혁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그 불길을 만들어내는 역할에 복무하겠다"고 전했다.

전범진/이유정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