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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독재자의 불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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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독재자의 불안증후군
    북한 김정은의 20대 초반 몸무게는 70㎏이었다. 이후 ‘김일성 코스프레’를 위해 체중을 불려 2011년 말 집권할 때는 90㎏을 넘었다. 2020년 말에는 고도비만 상태인 140㎏까지 불어났다. 매년 6~7㎏씩 늘어 턱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해 일시적으로 10~20㎏ 감량했지만 올해 다시 체중이 불었다.

    그의 ‘요요현상’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독재자는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1인 지배 체제의 ‘통치 스트레스’에 국제 제재와 경제난, 코로나 위기까지 덮쳤으니 그럴 만하다. 게다가 “집권 10년 만에 나라 살림은 쪼그라든 반면 늘어난 건 위원장 체중뿐”이라는 주민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독재자의 숙명인 ‘암살 공포’도 여전하다.

    결국 느는 건 술과 담배 등 몸에 해로운 것뿐이다. 국회 정보위 보고에 따르면 김정은은 매주 3~4회 밤새워 술을 마시고, 한 번 마시면 폭음하는 스타일이다.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도 “김정은이 ‘며칠 전 와인을 10병이나 마셔서 오늘은 도저히 더 못 마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줄담배’와 폭식까지 이어지니 견디기 어렵다.

    김정은은 5년 전부터 당뇨와 심장병, 고혈압 등 고도비만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상시는 물론이고 술에 취해서도 자기 권위를 자주 확인하려는 노이로제와 망상 장애를 보이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김정은의 심리를 ‘끊임없는 권력의 도파민에 중독된 전형적 독재자’라고 표현한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혹하게 처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가학성과 편집증의 합병증’까지 더해졌다.

    이런 증상은 독재자들의 공통점이다. 소련의 스탈린은 심한 망상장애로 31년간 약 2500만 명을 숙청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망상장애와 ‘오만 증후군’에 ‘로이드 분노(roid rage, 분노 조절 장애 등의 뇌 질환을 동반하는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까지 앓고 있다. 히틀러와 시진핑도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독재자의 불안증은 분노와 발작, 질타 등의 격한 감정을 유발한다. 최근 김정은이 조악한 생필품 수준에 격노하며 “치약이 왜 이 모양이냐”는 불호령을 내린 것도 이런 경우다. 혼비백산한 내각 총리가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는데, 이 과정에서 전국 공장 노동자와 주민들까지 덩달아 불안증에 시달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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