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더욱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35.13엔까지 떨어졌다.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98년은 아시아 통화위기 여파로 대형 금융회사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일본의 국가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해다.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6엔(5%) 하락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을 서두르는 반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6년째 마이너스 금리인 엔화를 팔고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를 사들이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Fed가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1bp=0.0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환율이 더 요동쳤다.

금융시장의 시선이 FOMC에 쏠리면서 일본 통화당국의 구두 개입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10일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은 임시회의를 열고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