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관장에 전문성이 부족한 친(親)정권 인사가 임명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올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임명한 공공기관장 대부분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에서 일한 인사로 채워졌다. 소위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을 장악하면서 방만 경영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과 기후환경비서관을 지냈다. ‘탈원전’ 정책에 관여했을 뿐 원자력 안전 분야의 전문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이사장은 시민단체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정의당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같은 달 임기를 시작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을 거쳐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 일했다. 국가 안보와 정보 관련 전문가가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을 경영하는 자리에 오르자 논란이 많았다. 이병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을 지낸 친문 인사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농민운동에 투신했던 인물로,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노수현 농림식품기술평가원장, 국회의원 출신인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인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등도 올해 임명된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이들의 임기는 2025년 끝난다.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전 정권의 낙하산 기관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중반까지 재직한다.

이들처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전 정부의 공공기관장은 2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진 사퇴한 기관장은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정도다.

최근 지방선거가 끝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 공공기관의 낙하산 알박기 인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충남에선 선거를 앞두고 양승조 충남지사 측근이 공공기관장에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은 “도지사와 함께 도정에 참여한 사람은 도지사가 떠날 때 함께 떠나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