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박카스’ 매출 의존도가 올해 1분기 40% 미만으로 낮아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헬스케어 제품군 확대를 통한 매출 구조 다변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올 1분기 박카스 매출은 468억7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39.5%를 차지했다. 동아제약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문 자회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박카스가 차지하는 매출은 분기별로 줄곧 50%대를 유지해왔다. 2019년 1분기엔 53.1%였다. 그러다가 2020년과 지난해 1분기에 40%대 중반까지 하락했고 이번엔 3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다른 제품 판매가 늘어 박카스 매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아제약이 매출 다변화에 시동을 건 것은 2019년부터다. 약국용 화장품 등을 만드는 더마 사업부를 출범시키고, 헬스케어 제품과 건강기능식품 상품군을 확대했다. 헬스케어 제품 출시는 특히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올 2분기에만 10여 개의 헬스케어 제품과 브랜드를 출시했다.
'국민 드링크' 박카스 의존 벗어나는 동아제약
지난 4월 말 코스메틱 브랜드 파티온을 통해 노스카나인 선크림 등 자외선 차단 제품군을 내놓은 데 이어, 5월에는 지노렉스 브랜드를 통해 여성 청결제 페미닌 클린폼과 페미닌 클린티슈를 출시했다.

지난달엔 2020년 5월부터 운영하던 자체 브랜드몰도 재단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사업부인 동아제약의 사업 특성을 활용해 헬스케어 분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가 동아제약 매출 구조 다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동아제약에서 박카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블록버스터’ 상품이었다. 판피린과 가그린 등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 매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높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박카스의 매출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대면 영업이나 방문 등이 줄면서 선물용으로 구입하던 박카스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9년 2343억원어치 판매된 박카스는 2020년 2225억원으로 10년 만에 처음 매출이 줄었다. 2021년 2287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

일각에선 에너지 음료 등 경쟁 제품군이 많아져 박카스가 예전 같은 명성을 누리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동아제약이 헬스케어 제품군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 이유다.

동아제약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체 매출에서 박카스, 판피린, 가그린 등 기존 대표 상품을 제외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30%대(지난해 기준 34.7%)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가 소비자용 헬스케어 제품군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년 넘게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하는 신약개발의 특성 탓에 제약사들은 의사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헬스케어산업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사업부를 분사하거나 청산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2015년,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2019년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문을 청산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도 지난해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를 분사해 새 회사를 세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