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로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번 분기(4~6월)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MS는 이번 분기(4~6월) 매출 전망치(가이던스)를 기존 524억~532억달러에서 519억4000만~527억4000만달러로 낮춘다고 2일(현지시간) 공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전망치도 기존 171억~176억7000만달러에서 168억5000만~174억3000만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MS가 실적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강달러 때문이다. MS는 강달러 여파로 이번 분기 매출이 기존 전망보다 4억6000만달러, 순이익이 2억5000만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1년 동안 13% 이상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각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의 인기는 높아졌다. 미국 경제가 올해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도 강세에 반영됐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에 장단점이 있다. 수입을 많이 하는 기업은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해외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실적이 쪼그라든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MS의 경우 강달러가 악재다.

앞서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도 강달러 여파를 반영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낮췄다. 제약회사 애브비와 농기계회사 디어앤코도 달러화 강세로 올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비롯해 해외 매출이 많은 기업은 최근 주가도 약세다. 미국 외 지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S&P500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지수(S&P500 Foreign Revenue Exposure Index)는 올 들어 17%가량 하락했다. 이 지수에는 MS와 애플,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S&P500 기업들을 편입한 지수(S&P500 U.S. Revenue Exposure Index)는 같은 기간에 7%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