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현대차·LG·롯데 뛰어든 '에어택시'…삼성만 '조용'한 이유 [선한결의 IT포커스]
'하늘을 나는 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경주가 본격 시작됩니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첫 실증사업에 네 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2025년 UAM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벌이는 첫 대규모 실증 사업입니다.

각 컨소시엄은 개별 기업만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속속 밝히고 있습니다. UAM을 운용하려면 기체·인프라·정보통신·플랫폼 등 각 사업 분야를 폭넓게 아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계 2~5위인 SK, 현대자동차, LG, 롯데가 각각 UAM 사업을 추진할 전망입니다.

SK텔레콤 "반도체·배터리·투자 등 SK 역량 동원"

가장 최근 그룹 차원 UAM 협력안을 시사한 곳은 SK입니다. 2일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뉴스룸에 칼럼을 게재해 SK하아닉스, SK온, SK스퀘어 등과의 UAM 협업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미국 UAM 기업 조비에비에이션과 찍은 협업 기념 사진.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미국 UAM 기업 조비에비에이션과 찍은 협업 기념 사진. SK텔레콤 제공
유 CEO는 "SK텔레콤은 한국형 UAM 상용화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반도체, 배터리, 투자 등 SK그룹 관계사의 다양한 역량을 (UAM 사업에) 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SK텔레콤이 그간 쌓은 통신 운용 역량을 비롯해 정밀측위·보안·AI·플랫폼 기술과 노하우를 두루 활용하고, 남은 특화 분야에선 SK그룹에 속한 다른 기업들과 힘을 합쳐 UAM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엔솔·LG전자·LG사이언스파크와 맞손

지난달 출범을 알린 LG유플러스 컨소시엄도 비슷합니다. LG그룹의 각 계열사들과 UAM 사업을 함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LG유플러스 컨소시엄은 앞서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사이언스파크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컨소시엄은 앞서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사이언스파크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제공
이 컨소시엄에선 LG유플러스가 UAM 교통관리시스템과 통신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여기에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LG전자는 모터를 협력하는 식입니다.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 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가 그룹사 간 신사업 조율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범LG' 기업들도 함께 합니다. 이 컨소시엄엔 최근 GS건설이 합류했습니다.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구축을 도맡을 전망입니다. 앞서 협업을 발표한 GS칼텍스는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버티포트 입지 선정과 UAM 기체 전기 충전 등을 도울 예정입니다.

현대차·롯데도 UAM 협업체 구성

재계 3위 현대차, 5위 롯데도 각 그룹 주도 UAM 협력체를 꾸렸습니다. 현대차가 이끄는 UAM 협력체엔 현대건설이 버티포트 구축을 도맡습니다. 기체 개발·제조·운영, 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사업화 모델은 현대차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롯데 UAM 컨소시엄엔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모빌리티·건설 관련 롯데 계열사들이 집결했습니다. 롯데렌탈, 롯데건설, 롯데정보통신 등이 참여합니다.

롯데 컨소시엄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버티포트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롯데마트나 롯데시네마, 롯데백화점 등 근처에 버티포트를 구축해 인근 유동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매출·광고 효과를 추가로 낼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재계 1위 삼성만 '잠잠'…"반도체에 온 집중"

전기동체로 도시를 날아다니는 UAM은 교통 체증과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체계로 손꼽힙니다. 혁신 신사업을 위해 SK, 현대차, LG, 롯데 등 재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룹 중 네 곳이 사업 도전장을 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UAM 시장은 작년 70억달러(약 8조3300억원)에서 2040년 1조4740억달러(약 1754조600억원)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SK·현대차·LG·롯데 뛰어든 '에어택시'…삼성만 '조용'한 이유 [선한결의 IT포커스]
반면 재계 5위권 중 1위인 삼성만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도 UAM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체안이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다고 합니다.

업계에선 이를 삼성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이 자체 '뉴 모빌리티' 사업을 키우는 대신 기존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 힘을 쏟고자 한다는 해석입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에도 사내 공지를 통해 "우리 회사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완성차 사업을 하거나, 완성차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삼성이 완성차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라며 "회사는 사업을 '반도체 중심'으로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완성차 사업에 손대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모빌리티 사업을 우선순위로 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동안 완전히 새로운 분야 신사업보다는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키우는 곳에 내실을 기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