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테일리스크 방어하는 ETF
글로벌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여러 가지 장세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만, 지금처럼 모든 자산이 내리는 시장에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기를 끄는 ETF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캄브리아테일리스크 ETF(티커명 TAIL)는 금융위기 또는 급락장을 대비해 만들어진 ETF다. 한마디로 테일리스크(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에 특화된 상품이다. 미국 달러와 국채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삼고, S&P500의 풋옵션을 매수해 방어 전략을 취한다. 풋옵션을 보유하는 목적 자체가 미국 주식 급락 가능성을 헤지(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이 급락하면 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내고 평상시에는 국채 수준의 수익을 낸다.

TAIL ETF의 첫 번째 특징은 인버스 상품보다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비슷한 효과의 인버스 ETF 평균 운용 보수가 1% 내외이나, TAIL은 0.59%로 절반 수준이다.

두 번째 특징은 다른 자산이 아닌 ‘풋옵션’에만 집중해 위험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통상 하락장을 헤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화 상품은 부동산,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을 담는 경우가 많은데, TAIL ETF는 풋옵션으로만 위험을 헤지한다.

세 번째 특징은 지수 상승 국면에서는 헤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TAIL ETF가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ETF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꼬리 위험에 집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 상승 시 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성과는 어땠을까. 먼저 2018년 12월 미국 연방정부 폐쇄 당시 S&P500지수는 9% 하락했지만 TAIL ETF는 11%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3월에 S&P500지수는 20% 하락한 반면 TAIL은 21% 상승했다. 최근의 하락장에서도 역주행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의 꼬리 위험에 대비한 캄브리아글로벌테일리스크 ETF(FAIL)도 있다. 선진·신흥시장의 통화(현금)와 국채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들고, 미국 외 글로벌 지역의 ETF나 지수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TAIL보다 거래량이 적다는 것이 단점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