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PR社 세운 조안 리 회고록 출간
“파란만장한 인생과 처절하게 싸웠죠.”

한국 최초의 홍보(PR) 전문회사인 스타커뮤니케이션 창립자 조안 리(77·사진)는 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회고록 《감사》(비매품) 출간기념회에서 지난날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사업가’다. 조선호텔 PR매니저로 일하다 1977년 스타커뮤니케이션을 세웠고, 세계 최대 PR 기업인 버슨미스텔러의 한국지사장, 국제봉사단체 존타 아시아지역 총재,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여성신문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일도 맡았다.

세상을 뒤흔든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64년 서강대 철학과에 입학한 그는 당시 초대 학장(총장)이던 케네스 킬로런(한국명 길로련) 신부와 26살의 나이 차를 넘어 사랑에 빠졌다. 천주교 사제와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 때문에 이들은 어마어마한 비난과 장벽에 부딪혔다. 결국 로마 교황청의 사면과 허락을 받아 결혼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1994년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이라는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또 다른 위기는 64세 때 찾아왔다. 다낭성 신장 및 간 질환을 진단받은 것. 우울증까지 겹쳐 2012년 현업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요양을 간 끝에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야망에 가득 찼던 젊은 시절 나의 모토는 ‘내 삶의 주인은 나’였다”며 “건강을 잃고 나서야 나라는 존재의 본질적 속성 앞에 겸허해지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simplicity), 침묵(silence), 느림(slow), 나눔(share), 웃음(smile) 등 5개 단어를 ‘치유력 있는 단어’라고 소개하며 “성공 후에 찾아온 삶의 위기를 ‘5S’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