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64일간 이어져 ‘배송 대란’을 일으켰던 택배 파업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파업이 재발하면 소비자는 물론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또다시 극심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CJ대한통운 조합원 800여 명은 지난달 23일부터 매주 월요일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을 지난 3월 초 멈춘 지 석 달이 안 돼 또다시 머리띠를 맸다.

택배노조는 “대리점 측이 파업 종료 당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파업에 나서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대리점이 택배 기사들에 대한 계약 해지를 철회하지 않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번 부분 파업은 배송 물량이 1주일 중 가장 적은 월요일에만 진행되고 있다. 파업 참여 인원도 많지 않아 당장 물류 현장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택배노조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놔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택배업계 2위인 한진 역시 최근 노조가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한진택배가 배송하던 물량 중 쿠팡 물량이 대량으로 이탈하려고 하는데도 사측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달부터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한진의 택배사업 주요 고객사인 쿠팡은 오는 14일부터 경기, 강원 등 60개 지역의 배송 물량 월 370만 개를 자체 배송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한진이 맡는 쿠팡 배송물량(월 700만 개)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한진은 공영홈쇼핑 등 다른 고객사의 물량을 추가 유치하고, 쿠팡과도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쿠팡이 자체 배송 권역을 지속 확대함에 따라 쿠팡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사에서도 한진과 같은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