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월가에 주식분할의 계절이 오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이 올여름 주식을 분할한다. 테슬라도 주식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들 기업 주가가 주식분할을 계기로 반등할지 관심을 끈다.

아마존, 알파벳 이어 테슬라도 주식분할

아마존은 오는 6일 분할된 가격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주식을 20 대 1 비율로 분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주당 2000달러대인 아마존 주가는 이날부터 100달러대로 떨어진다. 1주를 가진 투자자들은 19주를 더 받게 된다. 아마존의 주식분할은 1999년 이후 23년 만이다.
아마존도 테슬라도…"월가에 주식분할 바람이 분다"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알파벳도 주식분할에 나선다. 다음달 18일부터 분할된 가격으로 주식이 거래된다. 알파벳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분할한 건 2014년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주식을 분할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3월 주식분할에 대해 주주들의 승인을 구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주식분할 비율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는 8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밈 주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게임스톱, 전자상거래업체 쇼피파이 등이 주식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주식분할은 기업 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고가의 주식을 쪼개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투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주가 부양 장치로 쓰인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때 주당 2000달러가 넘는 황제주를 선뜻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당 가격을 낮추는 게 투자 유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가 반등 계기 될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잇단 주식분할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아마존 주가는 연초 대비 약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알파벳은 21% 떨어졌다.

과거 주식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체로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주식분할을 단행한 S&P500 기업들의 1년간 주가 상승률은 25.4%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9.1%)을 크게 웃돈다.

이번 주식분할로 아마존과 알파벳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다우지수는 30개 종목의 주당 가격에 가중치를 부여해 지수를 산출한다. 시가총액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S&P500지수, 나스닥지수와 다르다. 주가가 높을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가 자체가 높은 종목은 다우지수에 편입되기 어렵다. 배런스는 “주식분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수에 새로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기계적 매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편입 종목엔 호재다.

배런스는 주식분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종목으로 주당 220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 부킹닷컴을 꼽았다. 주당 400달러 이상인 데이터센터업체 에퀴닉스,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브로드컴도 거론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하기로 한 미국 보험회사 앨러게이니도 주식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