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5일간 총 5번.’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횟수다. 윤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지난달 10일 대통령 취임식·취임식 만찬을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 얼굴을 마주했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취임 직후부터 기업인과 가장 자주,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친(親)기업·친(親)산업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삼성·현대차 총수 등 릴레이 면담

2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소통이 취임 첫 달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부회장과는 취임 15일 만에 총 다섯 차례 만남을 이어갔다. 지난달 △대통령 취임식·취임식 만찬(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평택 방문 영접(20일)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21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25일) 등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문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횟수는 총 14회다. 이 부회장은 문 전 대통령과는 정부 출범 2년째였던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이 부회장은 구속 중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최근 정부·대기업 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기업인과 자주 소통하면서 산업계 고민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정부의 관심과 투자 의지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 이 부회장과 만나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이 부회장 외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도 만났다.

윤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이제는 ‘기업+정부’ 연합 간 경쟁 시대”라며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집중 투자·고용 바람

재계에선 국내 주요 대기업이 윤 정부 임기 동안 총 1000조원이 넘는 투자 보따리를 풀겠다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친기업·친산업’ 행보에 부응하는 측면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계열사는 2026년까지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 중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해 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도 이날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SK그룹은 247조원, LG그룹은 106조원을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53조원)와 한화(37조6000억원), 롯데(37조원), GS(21조원), 현대중공업그룹(21조원), 신세계(20조원) 등을 포함하면 투자 금액이 1000조원을 넘는다. 1000조원은 한국 연간 예산(607조원)의 1.6배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국내에 집중 투자해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10대 그룹의 고용 계획 규모만 39만 명에 달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