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풍(尹風)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면서 지방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여야 선거 전략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민의힘에선 “선거를 윤석열 대통령이 다해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6·1 지방선거 판세는 5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쪽으로 눈에 띄게 기울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의 행보와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시작은 윤 대통령의 지난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이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시정연설로 관심이 집중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연신 당부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연립내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뒤엔 국회 본회의장을 돌아다니며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여야 협치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응이 나왔다. 표를 잃을까 봐 정치권이 뒷전으로 미뤄놨던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분야 개혁을 제안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이틀 뒤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여권 인사가 대거 참석해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한 것도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통령실 참모와 100여 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KTX 열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보수정당 인사가 대규모로 5·18 민주화 기념식에 참석한 첫 사례였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기도 했다.

그 주 주말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역시 지방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한·미 양국 정상이 양국 관계를 안보와 경제를 넘어 기술동맹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후 친기업 행보도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필요시 미군의 전략 자산을 시의적절하게 전개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북한의 핵위협에 미국이 핵우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청와대 이전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 여론은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리얼미터의 5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1%(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를 기록했다. 한 주 전 조사보다 2%포인트 올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수정당 지지율이 50%를 넘긴 것은 2014년 4월 이후 8년1개월 만이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