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은행 JP모간체이스의 주주들이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보너스 지급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막대한 보너스를 받는 데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열린 JP모간 연례 주주총회에서 다이먼 회장의 5260만달러(668억원) 보너스 지급 안건이 부결됐다. 전체 주주 중 찬성률은 31%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09년 JP모간에 임금 감시 조치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이번 보너스는 150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으로 다이먼 회장이 2026년에 행사할 수 있다. CNBC는 “다이먼 회장이 JP모간에 5년 더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주주 투표 결과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JP모간 이사회는 주주들의 의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06년부터 JP모간을 이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고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8440만달러(약 1071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러나 1분기 JP모간 순이익은 8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43억달러)보다 42% 감소했다.

이에 이달 초 글래스루이스앤코 등 자문사들은 JP모간 주주들이 다이먼 회장과 고위직들의 보수안을 거부하라고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미진한 성과를 낸 회사에서 CEO와 COO에게 과도한 일회성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회사의 경영진 보수 체계에 대한 우려를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인텔 주주들도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비롯한 회사 고위직들의 보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