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에 “수출 회복세 제약이 우려된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달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와 비교하면 걱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5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및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으로 투자 부진 및 수출 회복세 제약이 우려되고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매월 발간하는 책자로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는 그동안 물가 상승과 저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놓았지만, 수출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날 그린북을 통해 수출 부진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했다. 전월(18.2%) 대비 5%포인트 넘게 감소한 증가율이다. 지난해 2월(9.3% 증가) 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고, 무역적자 규모는 27억달러에 달했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99억달러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도 내놨다.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와 중국 봉쇄조치 장기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글로벌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진단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다.

기재부는 이날 방기선 1차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방 차관은 “최근의 엄중한 경제상황에 대응해 국내외 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전 부처가 위기의식을 갖고 거시경제 상황 관리 및 정책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