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구리 가공업체인 풍산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리값 상승과 방산 부문 호조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더딘 신사업 진출과 ‘은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어 주가는 10여 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리값 상승에 웃는 풍산…주가 10년째 제자리, 왜?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풍산은 올 1분기 매출 1조509억원, 영업이익 692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9%, 1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47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전방산업 수요 회복으로 구리 판매량이 증가했고, 글로벌 방산 판매가 늘어난 영향을 톡톡히 봤다.

풍산의 주력 사업은 LS니꼬동제련 등 구리 제련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구리(전기동)를 금속판이나 봉, 동전 등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철광석과 함께 대표적 산업 원자재인 구리(Cu)는 ‘닥터 코퍼’로 불린다. 구리 수요량 추이를 통해 글로벌 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송전, 공장 설비, 건축자재, 차량, 기계장비 등 모든 전방산업에 영향을 줘 경기선행지표로 쓰인다. 풍산 실적은 재고자산 평가손익과 ‘롤마진’(제품가-원재료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는 뜻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작년 1월 t당 7000달러대 후반이었던 전기동 가격은 지난달 1만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9000달러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풍산은 제품 가공을 위해 재고를 쌓아놓고 있다. 전기동 가격이 오르면 재고 자산 차익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풍산이 지난해 1968년 설립 이후 최대인 31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용탄·스포츠탄 등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방산 분야는 또 다른 주력 사업이다.

증권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풍산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풍산 주가는 이날 주당 2만9550원에 장을 마쳤다. 10년 전인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풍산은 시장에서 ‘은둔의 기업’으로 불린다. 규모에 비해 기업의 주요 정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주주 대상 기업설명회(IR)도 2015년 이후 7년째 열지 않고 있다. 풍산은 다른 기업과 달리 신사업 진출에도 소극적이다.

풍산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등 각종 신사업 진출은 항상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으로선 기존 주력 사업을 더욱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