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에 맞춰 기자회견 대신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한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14~15일 이틀에 걸쳐 손 전 앵커와 특별대담을 했고, 25~26일 방송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1년 넘게 기자회견을 피해온 문 대통령이 굳이 특정인을 골라 대담으로 갈음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담 전 청와대 측은 “이번 대담을 통해 지난 5년을 되짚어보고, 국민과 함께 일군 성과와 아쉬움을 가감 없이 말할 것”이라고 했다. 손 전 앵커는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저널리즘 입장에서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기자가 참석하는 기자회견보다 질문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 편’ 언론인을 골라 껄끄러운 질문을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하는 등 ‘소통 대통령’을 강조했다. 홍보수석 명칭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 5년간 두 차례 ‘국민과의 대화’, 일곱 차례 기자회견을 하는 데 그쳤다. 이 정권이 불통이라고 비판한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만 해도 신년 기자회견을 사흘 전에 취소해버려 부동산, 나랏빚, 북한 핵·미사일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들으려 했던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비대면 회견을 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핑계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민과의 대화도 국정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어디 가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 ‘팬클럽 미팅’ 같은 ‘맹탕 대화’라는 소리마저 들었다. 가뜩이나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선 뒤로 숨는다는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는 마당에 끝까지 ‘소통’ 아닌 ‘쇼통’을 남기는 것 같아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