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큼이나 파격적 인선이다. 줄곧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이 교수·관료 출신이었던 데다 노동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이 노동계 인사를 지명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첫 직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지만 여느 운동권 출신처럼 과격하거나 체제전복적인 운동을 하지 않았다. 온건·합리 성향의 이 후보자는 민주노총 강경세력이 판치는 한국 노동계에서 주류의 자리에 서 본 적이 없다. 그런 위치를 탐내지도 않았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등을 거치며 이론과 실무능력이 검증됐다. 방송토론에 나가면 어떤 상대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 후보자에 대해 “노동 현장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을 그려낼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설명 그대로다. 이 후보자는 어제 지명받는 자리에서도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중대재해처벌법 보완대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이견을 조율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선진화와 노동시장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할 고용부 장관의 역할은 그 막중함에서 경제부총리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 사업장 불법 점거와 비노조원들에 대한 강압 사태가 있어도 손을 놓고 있는 공권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장관이 우선적으로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한국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을 중재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