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야시간대에 재연되고 있는 택시대란은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로 지하철 운행이 끊기는 자정까지 식당 등의 영업을 허용하면서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가 급증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심야 택시대란은 우리나라 택시산업의 고질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한국은 인구 대비 택시가 가장 많은 나라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택시(면허대수 기준)는 24만9976대로 인구 206명당 한 대 비율이다. 우리와 택시 숫자가 비슷한 일본은 505명당 한 대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밤에 택시를 잡지 못해 고단한 귀가 대란을 겪고 있다.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요금 때문에 택시들이 운행을 접는 탓이다. 낮에는 빈 차가 남아돌고 밤에는 택시가 부족한 이유다.

이런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요금체계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택시요금이 가장 싼 나라다. 개인교통인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묶어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낮은 소득 탓에 젊은 택시 기사들은 배달 일로 자리를 옮기고, 사업체들은 기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른다. 차고지에 멈춰 서 있는 차가 전체의 30%를 넘는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엔 고령의 기사들만 남아 늦은 밤에는 일하지 않는 택시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택시 기사 중 절반이 65세 이상이다. 40대 이하는 전체 기사의 5%도 안 된다. 이 추세대로 가면 심야시간대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게 뻔하다.

택시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택시요금 인상과 정부의 통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해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꼬일 대로 꼬였다. 정부와 택시업계, 택시와 모빌리티업계,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 이해와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어느 것 하나 실행이 어렵다. 2013년 우버X, 2019년 카풀, 2020년 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택시산업을 둘러싼 문제가 얼마나 꼬여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다.

당면한 귀갓길 택시대란을 풀기 위해선 심야시간에 택시들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개인택시 3부제를 푸는 방안이 있지만 법인택시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선 ‘탄력요금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수요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출퇴근 시간과 회식 등이 끝나는 야간 등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는 탄력적으로 요금 할증제를 적용해 택시 기사의 자발적 운행을 촉진해야 한다.

택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선 ‘면허전환제’를 고려해볼 만하다. 자가용이 늘면서 전체 택시 가운데 18%(4만5000대)가량은 과잉이란 분석이 있다. 개인택시를 몰고 싶어 하는 기사들은 줄을 서 있는 반면 면허는 시장에 나오지 않아 꿈을 접는 상황이다. 면허전환제는 놀고 있는 법인택시 면허를 개인택시로 바꿔 양수·양도를 허용하는 것이다. 시장가격에 따라 법인택시 면허 2, 3대를 묶어 개인택시 한 대로 전환하는 식이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매입해 대여하는 방식에 비해 시장친화적으로 택시 수를 줄여 과잉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참에 꽉 막힌 택시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 찾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택시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동시에 국내 모빌리티산업 혁신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외면하기엔 상처가 너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