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소재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소재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새로 내놓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마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서다. 경쟁이 치열한 ETF 시장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대거 출시해 경쟁사들을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키움 KOSEF 물가채 ETF' 출시를 위해 최근 한국거래소와 협의에 나섰다. 거래소 일정 등에 따라 조율 가능성은 있지만 내부적인 상장 목표 시기는 오는 5월로 잡았다.

회사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헤지(위험 회피) 수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지수(CPI)에 연동된 국채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무엇보다 물가채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국내 첫 ETF가 될 전망이다. 현재 물가채에 투자하는 ETF는 전부 외국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아이셰어즈 팁스 본드'(TIP), '뱅가드 쇼트 텀 인플레이션 프로텍티드 시큐리티스'(VTAPX)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ETF는 KIS채권평가가 산출한 'KIS 팁스 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삼는다. 지표물을 포함해 최근 발행물 3종목으로 지수 바스켓(종목 모음)을 구성하며 새 지표물이 발행되는 2년 주기로 바스켓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운용이 '국내 최초' ETF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놨다 하면 국내 첫 사례'인 상황이다. 키움운용은 올 4~5월 중으로 미국 ETF 산업에 투자하는 '키움 코세프(KOSEF) STOXX 미국 ETF 산업'과 국내 상장리츠에 투자하는 '키움 히어로즈 리츠 이지스 액티브 '를 내놓을 예정이다. 모두 국내에선 전례 없는 ETF 상품이다.

키움운용이 최초 수식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업계에서는 과점 체계를 굳히고 있는 ETF시장에서 대형 자산운용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른바 '차별화'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73조원 규모 ETF 시장의 점유율 대부분은 삼성자산운용(41.27%)과 미래에셋자산운용(37.16%)이 차지하고 있다. 남은 시장을 KB자산운용(7.66%), 한국투자신탁운용(4.99%), NH아문디자산운용(2.89%), 키움운용(2.51%), 한화자산운용(2.24%) 등이 나눠 가진 상태다. 사실상 '2강 다약' 구도의 시장에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으려면 저마다 변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키움운용은 현재 시장 점유율 4위인 한투운용의 자리를 뛰어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 일환으로 최근에는 새로운 ETF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달 초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 ETF를 선뵌 것이다. 회사는 기존 패시브형 ETF에 'KOSEF'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액티브형 ETF에는 '히어로즈'를 붙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점유율 확대가 쉬운 액티브 ETF 시장에서 젊은층에 익숙한 이름을 내걸고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키움운용은 올 상반기까지 10종, 연내 20종 수준의 ETF를 신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운용 한 임원은 "차곡차곡 차별화한 ETF를 내놓다 보면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는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부지런히 ETF 전략을 다져 3년 안에 국내 시장점유율 4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