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모두의 시간이다
3월 10일이다. 어제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독자가 이 글을 읽는 때는 목요일이지만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에 앉은 이 시간은 선거일 전날이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국민의 시간’ 그 전날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깊었다.

우리는 초고속 압축성장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했다. 남들은 하루 걸려 할 일을 우리는 단 한 시간 만에 해냈다면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성장통이다. 사회 양극화, 세대와 성별 갈등, 지역 갈등, 노사 갈등…. 게다가 노노 갈등과 기후 위기를 둘러싼 갈등까지. 이 모든 갈등을 지나야 비로소 사회는 변화한다. 그런데 너무 짧은 시간에 성장을 이룬 우리에게 성장통은 넓고 깊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사는 지역인 경기 동탄에 한 햄버거 가게가 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가게 주인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햄버거 맛집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 맛집 역시 코로나 위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K방역의 그늘에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눈물과 한숨이 있다. 폐업 위기에 절박한 가게 사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필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 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고 싶지만 자격이 되지 않아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문자였다. 당장 생각난 동아줄이 필자였던 것이다.

평생 요리만 해온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위기는 헤쳐갈 수 없는 벽이었다.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매장에서 꿈을 키우는 어린 셰프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극복해야 했지만, 소상공인 대출도 받을 수 없어 도무지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방으로 방법을 알아본 후에야 다행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사장의 눈에 밟히던 어린 셰프가 여전히 요리의 꿈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매장 앞을 지날 때마다 손을 모아 간구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과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니 서민에게 통증은 더 심해졌다. 정치와 경제, 사회적 갈등과 골은 더욱 깊어졌다. 거기에 젠더 갈등, 능력주의와 공정을 둔 가치 갈등까지 사회 중심으로 불쑥 들어왔다. 우리가 말하는 ‘국민’은 한 진영, 한쪽 편의 국민이 아니다.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이다. 국민의 시간은 모두의 시간이어야 하며, 이는 곧 국민통합으로 귀결된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을 둔 채로 이룬 일시적 봉합은 결국 언젠가는 더 큰 갈등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통령은 봉합이 아니라 통합으로 국민의 시간을 만들고, 국민의 시간이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한 어린 세프의 꿈을 키우기 위한 햄버거집 사장님의 간절한 마음과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