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中企人 아우성"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노동조합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은 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와 이를 무분별하게 반영한 정부의 노동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 급등,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계에 유리한 규제들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고용을 책임진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전체 근로자의 12%만 가입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조의 요구만 들어주면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노조가 1인 사업자까지 가입시켜 세를 불리며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레미콘업계에선 노조의 불법 파업 및 영업방해 행위로 지난해 폐업한 기업이 속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택배노조와 작년 화물연대, 레미콘운송사업자단체 등의 불법 점거·파업 행위에 대해선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사태 등 비상시국에 노조가 이렇게까지 불법 시위를 많이 벌이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中企人 아우성"
노조의 불법 행위를 수수방관해온 경찰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된 적이 있느냐”며 “경찰이 노조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고용노동부도 경찰에 항의할 정도”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중대재해가 완전히 사라지게 하려면 국내 모든 생산공장과 건설현장을 중단시키면 된다”고 비꼬아 비판했다. 그는 “산업재해 원인을 조사해보면 근로자의 부주의가 75.6%에 달한다”며 “산재 예방은 노사 공동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애로를 느끼는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제는 잔업 수당 감소로 직원들이 ‘투잡’을 뛰어야 하는 등 정작 근로자들이 더 힘들어하는 규제”라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4시간 투표용지를 인쇄해야 하는 업체들도 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정치권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와 관련해선 “정치권이 소상공인의 지급능력과 일자리가 급한 서민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공약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주요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재고를 충분히 비축해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을 세 번째 맡으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두루 겪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소회를 묻자 “정권마다 초기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챙기겠다고 공약해놓고 나중에 흐지부지되곤 했다”며 “초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