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발표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비상장 제약바이오기업에 투자한 평균 규모는 후기 투자 199억원, 프리IPO(상장 전 투자) 364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선 투자 유치 금액이 이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게 벤처투자업계의 반응이다. 정순욱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지난해 대비 평균 투자금이 올 들어 30% 정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를 낮춰서라도 투자 유치를 마칠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운이 좋은 기업으로 통한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 신약벤처기업은 상당수 기존 투자자로부터 후속 투자 거절 의견을 받았다”며 “제때 투자금을 모으지 못하면 임상 계획이 크게 어그러질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한국캐피털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비상장기업이 벤처캐피털로부터 끌어모은 투자금은 1조6770억원이었다. 2020년 1조1970억원 대비 4800억원(40.1%) 증가했다.

금액만 보면 크게 늘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전체 투자금 중 27.8%를 차지하던 바이오 및 의료업종 투자는 지난해 21.8%로 6%포인트 감소했다.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높아지던 바이오기업 투자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산업은 2조4283억원이 모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정보기술(IT)과 디지털자산 등이 주목받으면서 ICT 분야로 투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친 국내외 바이오 주가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나스닥시장 바이오기업 주가가 빠진 것도 국내 바이오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 흐름을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바이오의 지난 25일 종가는 작년 9월 고점 대비 25.3% 하락했다. 구 대표는 “국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땐 가장 첨단의 기술력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가가 계속 하락하다 보니 국내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