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구로구에서 경찰의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숨진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의 부실 대응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구 김병찬 사건’, 12월 ‘송파구 이석준 사건’이 일어난지 두 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에 관해 구속영장 발부 등 피의자 신병 확보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조모씨(56)는 지난 14일 밤 10시12분께 여성 김모씨(46)가 운영하는 구로구 술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범행 직후 도주한 조씨는 이튿날 오전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절차대로 신변보호 조치를 했다. 스토킹 처벌법상 긴급 응급조치 1·2호를 내려 가해자가 피해자의 100m 이내로 접근하거나 전기통신을 이용해 접촉하는 것을 금지했다. 관할 지구대에서도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 위치를 사전에 숙지하고 있었고, 스마트 워치 신고 3분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는 데 실패하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 사건 이틀 전인 12일 경찰은 김씨의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려한 것이다.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조씨는 영장 반려 이틀 만에 김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영장 청구와 발부가 제때 이뤄졌다면 최악의 경우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갈 가능성이 있을 때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스토킹 범죄는 해당 법에서 정하는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이나 경찰의 긴급응급 조치로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다”며 “구속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므로 스토킹 범죄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