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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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데 기여한 분야로 단연 K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K팝의 인기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에서도 공격적으로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팬덤형 시장'인 엔터 사업은 더 이상 내수용이 아닌, 각광받는 수출 대상이 됐다.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는 팬덤의 영향으로 아티스트 앨범 및 관련 굿즈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약 5459만 장을 기록했다. 음반 수출액 또한 전년보다 50% 가량 증가한 2억2083만6000달러(약 2624억원)를 기록했다. 본격적으로 K팝 음반 수출 2억 달러 시대가 열렸다.

'덕질'을 하지 않는 이들은 "요즘 CD 사서 듣는 사람이 어딨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앨범 판매량은 여전히 K팝의 인기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는 월드 투어 등 오프라인 공연을 통해 티켓 판매량 등으로 글로벌 흥행을 따질 수 있었지만, 대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2년간 앨범 및 굿즈 판매량이 다시금 중요해진 것. 각 소속사에서는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앨범깡'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소비 양상이다. 똑같은 음악이 담긴 앨범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이유는 주로 그 안에 담긴 포토카드를 다양하게 모으고, 앨범 구매를 통해 얻게 되는 팬사인회 추첨 기회를 높이기 위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앨범 판매량을 두고 팬덤 간 경쟁도 심화됐다.

하지만 최근 팬들과 엔터 업계 내에서 '착한 소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앨범 판매량이 급증한 만큼, 플라스틱, PVC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요소를 줄이는 등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실제로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행동하는 팬덤이 많아지면서 엔터 업계 역시 '앨범 다이어트'에 나서며 해당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앨범의 부피를 키우고, CD를 비롯해 구성품까지 꽉 채우던 방식에 변화를 줘 실물화를 줄이되 실용성은 챙기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빅톤은 실물화 과정을 확 줄인 '플랫폼 앨범'을 내 화제를 모았다. 포토카드와 메시지 카드만 실물로 받아보고 앨범 트랙이나 뮤직비디오, 제작 비하인드 사진 및 영상은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앱을 통해 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CD 또한 앨범에 포함되지 않는다. 에이핑크 역시 오는 14일 발매하는 10주년 스페셜 앨범을 이 형태로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청하와 송민호가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앨범을 내놨으며,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오는 15일 발매하는 그룹 트레저의 신보 역시 저탄소 친환경 용지, 콩기름 잉크, 환경보호 코팅 등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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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외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NFT(대체불가토큰)다. 각 엔터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NFT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았고, YG는 바이낸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K팝 팬들은 가상자산 채굴에 막대한 전기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토대로 NFT 사업이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간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방탄소년단의 경우, 팬덤 사이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K팝 소비에 대한 팬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에 두나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적인 NFT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나무의 기술 자회사 람다256은 채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자체 블록체인 기술 루니버스를 활용해 방탄소년단 굿즈 등을 발행할 것이라며 '친환경적 거래'를 강조했다.

YG도 바이낸스와 MOU 체결 소식을 전하며 '친환경' 키워드를 내세웠다. YG는 "바이낸스 NFT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합의 프로토콜인 PoSA(Proof of Staked Authority) 네트워크를 활용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라며 "양사의 협업으로 탄생할 NFT도 이러한 부분에 역점을 둘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