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승마로 다이어트?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작년 성과를 담은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을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 김정은, 승마로 다이어트?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작년 성과를 담은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을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5년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번 일곱 번째 도발을 통해 한 달 새 최다 미사일 도발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드는 화성-12형 발사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는 2018년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전면 폐기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노리는 단기적인 대미(對美) 압박용이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최종 인정받기 위한 차원일 것으로 분석했다. 미사일 주권을 확보한 뒤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핵미사일 군축 협상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이다. 오는 3월 대선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화성-12형, 이미 실전 배치 단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검수 사격’은 대량 생산되고 있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서 쏜다는 의미로 화성-12형이 이미 실전 배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과 함께 미사일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발사 후 처음이다. 화성-12형 발사는 같은 해 9월 6차 발사가 마지막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은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2000㎞ 고도로 약 800㎞ 날아갔다. 북한은 이번에 사거리를 줄이고 고도를 높여 미사일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화성-12형을 ‘고각 발사’했다. 이를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는 4500~5500㎞로, 한국과 일본 전역은 물론 미국령 괌도 사정권에 든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0일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해볼 것”이라며 모라토리엄 폐기를 시사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뤄졌다. 지난 4년간 북한은 IRBM을 발사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미는 화성-12형을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구분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한다”며 “김정은이 2018년 6월 내린 모라토리엄의 일부를 파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제재 해제’ 목표 아냐”

북한이 25일이라는 짧은 기간 미사일 도발에 일곱 차례나 나선 것은 유례가 없다. 김정은 집권 3년차이던 2014년 3월과 7월 각각 여섯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게 앞선 최다 기록이었다.

엄중한 현실을 반영한 듯 정부의 비판 수위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다음날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우리에게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단기적 차원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제재 해제나 김정은의 업적 과시, 미국의 관심 끌기 등은 부차적이고, 최근 무력 도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최종 목표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의 군축 회담에 나서려 한다는 목표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미국 내 분위기가 본토 위협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이용해 북한은 전술핵을 사실상 인정받고 ICBM은 미국과 ‘군축’ 대상으로 남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현지 지도 직후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핵미사일 군축 협상으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ICBM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커지고 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채택하면 한국과 미국이 ‘ICBM급’으로 간주하는 ‘화성-14형’에 이어 ICBM ‘화성-15형’의 검수사격까지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