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재건축 아파트가 졸지에 현금청산된다면
분양권을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나 재개발 구역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관리처분계획에서 현금청산자로 분류돼 매도청구나 수용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매매계약의 매도인 등 이해관계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 투자에 밝다고 자부해 온 사업가 K씨는 최근 서울의 재건축 단지 내 부동산을 매수했다. 이 단지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하고,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시행령(제37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 인가일로부터 3년 이내에 착공하지 못한 재건축 사업의 건축물을 3년 이상 계속 소유하고 있는 자가 착공 전에 양도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K씨는 이 점에 착안해 공인중개사와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도 조합원 지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매수에 나섰다.그런데 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에서 K씨에게는 조합원 지위가 인정될 수 없어 분양권이 나오지 않는다고 뒤늦게 알려왔다. K씨는 어떻게 분양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분양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부동산은 매물도 희귀할뿐더러 조합원이나 분양대상자의 지위에 대해 도시정비법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정이 매우 복잡해 섣불리 투자하기 어렵다. 분양권이 나오는 매물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의심하고 면밀한 검토를 해봐야 한다. 매수인은 보통 공인중개사에게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는지 확답을 받거나 조합 사무실에 분양권이 나오는지 문의를 해보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를 강구한다. K씨도 공인중개사가 보장해주고, 조합 사무실에서도 확인을 해주었으니 당연히 분양권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해도 K씨의 경우처럼 분양권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적 분쟁이 빈번하다.

K씨와 유사한 실제 사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도 존재한다. A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매도인 B의 아파트를 공인중개사 C를 통해 매수했다. A는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조합 사무실에 문의해 담당자로부터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매매계약의 특약사항으로 ‘조합원 지위승계에 하자가 없는 상태’라는 문구를 넣었다. 하지만 조합은 관할구청과의 확인절차를 거쳐 A를 조합원에서 제외했다.

A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매도인 B, 공인중개사 C, 공인중개사협회, 재건축 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A는 조합원의 지위를 승계받기 위해 매도인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지 못한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매도인 B는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C의 경우 공인중개사로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공인중개사법에 근거해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C와 공제계약을 맺은 공인중개사협회에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재건축 조합도 담당직원의 사용자(책임자)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됐다. 법원은 손해배상액으로 A가 조합원 지위를 취득했다면 분양받았을 아파트의 시가에서 매매대금을 공제한 차액이 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매수인에게도 조사나 확인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된다면 70% 정도로 감액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분양권을 목적으로 재건축 단지 내 부동산에 투자를 할 경우 매수인은 당연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매도인과 공인중개사, 재건축조합에도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