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인천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가 수업에 지각한 학생에게 가정 형편을 언급하면서 폭언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인천시 서구 모 고교 측은 소속 체육 교사인 50대 A씨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가 2학년 학생 B군(16)에게 폭언을 했다는 청원 글이 게시된 이후 교육부 연락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의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가 지난 7일 체육 시간에 10분 늦은 B군에 20분간 운동장을 뛰도록 지시하면서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냐', '이런 아이들이 불우한 환경 탓한다',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라'라고 말했다"며 "인격모독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청원인은 "수치심을 느낀 B군은 다음 교시 보건실에서 청심환을 먹고 보건 교사와 상담 중 과호흡, 손목 마비, 혈압 상승 증상으로 119구급차로 이송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B군이 편부모이고 형편상 부모가 아닌 형과 산다는 점과 지난해 학교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은 내용도 알고 있었다"며 "그런 교사가 학생에게 가정환경과 가난의 대물림 등을 언급하며 인격을 모독하고 수치심을 줬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A씨와 대화하고자 방문했으나 팔짱을 끼고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과할 마음이 없으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후 B군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책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A씨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해 학생을 먼저 조사한 뒤 A씨를 상대로 학대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A씨를 수업에서 배제해 B군과 분리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