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기술위 김창준 초대 위원장 "경복궁·창경궁·숭례문 복원에 인생 걸었죠"
“30년 전 경복궁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훼손으로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었죠. 지금도 그 원형을 전부 되찾진 못했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하나씩 찾아주는 작업은 참 더딥니다. 그래도 그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게 역사를 바로 새기는 일입니다.”

김창준 문화재수리기술위원장(사진)은 스스로 ‘문화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33년간 문화재청에 근무하면서 경복궁 창경궁 복원에 평생을 바쳤다. 2008년 숭례문 전소 사건 후 복원 작업을 총괄한 것도 김 위원장이다.

공직에선 은퇴했지만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문화재 보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일 문화재수리기술위 초대 위원장에 선임된 그를 최근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그는 “문화재는 사람으로 치면 초고령자와 다름없는 만큼 세심한 수리 계획이 필요하다”며 “평생을 이 분야에 몸담아온 만큼 끝까지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재수리기술위는 정부의 문화재 복원 및 수리 설계를 심의·자문하는 법적 자문기구로 지난 7월 출범했다. 건축·회화·문화재 보존 등 30여 명의 전문가가 위원단으로 참여해 문화재 복원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문화재 하나를 복원하는 데 전문가가 총동원돼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오래된 문화재는 자재 하나하나가 유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왓장부터 주춧돌까지 문화재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당대의 문화를 담고 있는 ‘흔적’이므로 수리 방식을 정하는 데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때그때 각계 전문가를 소집하는 데서 벗어나 문화재 복원 전반에 대해 자문하기 위해 탄생한 게 수리기술위”라고 설명했다.

평생을 문화재 복원에 몸담은 만큼 김 위원장이 복원·수리에 참여한 문화재는 ‘국보급’인 경우가 많다. 1991년부터 복원에 들어간 경복궁이 대표적이다. 당시 문화재청 사무관이던 그가 낸 장기 복원 계획안이 가까스로 승인을 받으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1980년대만 해도 경복궁엔 일제강점기 전국에서 옮겨진 석탑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이것들을 다시 원래 있던 사찰로 돌려놓는 일부터 시작했다”며 “침전을 비롯해 궁궐 주요 부분은 복원됐지만 경복궁의 진짜 모습을 되찾는 일은 아직 진행 중이라 꼭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 난데없이 일어난 숭례문 전소 사건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한국의 국보를 상징하는 문화재를 복원해야 하는 만큼 각오가 남달랐다. 김 위원장은 “화재가 나기 3년 전 정밀 실측한 자료가 있었는데 이걸 제외하면 수리 기록이 거의 없어 하마터면 복원을 못할 뻔했다”며 “석재 기술과 전통 기와 기술이 끊기기 직전이어서 복원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내년 문화재수리기술위가 검토할 문화재 복원은 약 490건. 앞으로 복원 사업이 더 늘어나는 만큼 핵심인 ‘장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에 등록된 장인이 1만 명가량인데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젊은 장인’을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충남 부여에만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을 지역별로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