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울 방면에서 운정신도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울 방면에서 운정신도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북쪽 끝자락인 경기도 파주시에서 분양가 30억원짜리 오피스텔이 공급된다. 아파트로 25평에 해당되는 전용 84㎡ 오피스텔 가격도 약 9억원에 공급된다. 옵션비와 취득세까지 합하면 10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다.

관련업계에서는 "파주에 이렇게 비싼 오피스텔이 팔리겠느냐"는 분위기지만, 대기 수요가 많다는 게 현장 분양사무소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당분간 오피스텔 과열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피스텔 값이 30억원이라고?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 26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 일정을 시작했다. 아파트 744가구, 오피스텔 2669실 등 총 3413가구 가운데 먼저 오피스텔 2669실이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얘기가 많다. 최고가 기준 전용 147㎡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29억952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8억9580만원이다. 전용 84㎡ 분양가는 언뜻보기에 9억원을 넘지 않지만 아파트 보다 높은 취득세 4%와 옵션 가격 등을 감안하면 10억원에 육박한다.

오피스텔 전용 84㎡는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아파트 전용 59㎡(25평형)과 맞먹는다. 운정신도시 내 아파트값과 비교해보면 높다. 파주시 목동동에 있는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는 지난달 6억6500만원에 실거래가 체결됐다. 분양가가 아닌 실거래가와 단순 비교를 해도 오피스텔이 2억원이 더 비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0월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가 9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10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대장 아파트들의 호가도 9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그럼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다보니 시세대비 반값이 분양됐다. '파주 운정3지구 A7BL 제일풍경채 3차 그랑포레'의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공급가 기준으로도 4억4000만~4억5000만원대였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운정신도시에서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책정되지만, 오피스텔은 적용받지 않는다"며 "사업 시행자라면 당연히 오피스텔 가격을 높게 책정하려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더 운정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오피스텔 청약 과열 조짐

그럼에도 오피스텔 청약 시장은 과열될 조짐을 보인다. 오피스텔 청약에는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진행된다. 아파트와 달리 대출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쏠림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 26일 견본주택 방문 사전접수를 받았는데 5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접수가 끝났다. 공급 규모가 100실이 넘어가면서 당첨 시 바로 전매가 되지 않아 '초피꾼'(초반 웃돈을 노리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몰리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나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보다는 덜 혼잡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분양사무소에서는 오피스텔 당첨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전용 84㎡와 147㎡ 모두를 생각하고 있다면 1단지에서 전용 84㎡ 147㎡에 각각 하나씩 신청하고, 2단지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신청하라고 한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이나 관계자들은 당첨이 되지 않았을 때 도전하는 방법도 귀띔해줬다. 청약 이후 잔여 가구에 대해 이른바 ‘초치기’를 진행한다고 했다. 초치기는 특정 시간에 계약금을 입금한 순서대로 분양하는 선착순 방식이다. 불과 1초도 안 돼 마감하기 때문에 초치기라고 불린다. 이런 방식이 어느 분양 현장에서나 사용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규제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힐스테이트 더 운정 역시 분양가가 비싼 편이지만 대기수요가 많다"고 했다.
운정신도시 내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운정신도시 내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시장 전문가 "당분간 청약 과열 지속"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오피스텔 청약 열풍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피스텔 등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에 공급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는 오피스텔 청약 광풍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에 힘을 싣고 있어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낸 개정 고시에서 오피스텔의 온돌, 전열기 등 바닥 난방 설치 기준을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 이하인 경우까지 허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턱대고 오피스텔 청약을 넣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면적이 큰 오피스텔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 들어서는지 등 입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 관련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하 5층~지상 49층, 13개동으로 지어진다. 오피스텔은 내달 1일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6일이다. 아파트는 올해 안에는 분양이 어렵고 내년 분양을 추진한다는 게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