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내 첫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개발은 백신 뒷북 조달로 애태우던 국민에게 청량제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국산 2호’ 개발 소식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미국 제약회사 머크가 먹는(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임상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며칠 전 세계에 타전됐다. 렉키로나 같은 주사제보다 훨씬 편리한 먹는 약이어서 코로나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관측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는 지난 5~6일 14~15%씩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총 10종에 이르는 국내 다른 치료제 개발은 임상 1·2상 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심지어 포기한 곳(GC녹십자 혈장치료제)도 나왔다. 이스라엘 레드힐, 일본 시오노기, 미국 화이자·아테아, 스위스 로슈 등 세계적 기업들이 머크를 바짝 뒤쫓으며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눈앞에 둔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 제약업계가 치료제 개발을 선도할 것처럼 기대를 부풀려온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3차 대유행 직전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렉키로나만 보면 크게 틀린 말이 아니지만, ‘터널 끝’을 언급할 정도는 아니었다. 국민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한 셈이고, 백신 개발과 확보에 ‘뒷북’을 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백신에 이어 치료제 개발도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 제시에 바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兆)단위로 개발자금을 쏟아붓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업계의 자금력 및 기술력 격차는 체급 자체가 다르다. 백신의 경우 임상에 평균 2000억원 들어가는데, 정부의 임상 지원예산은 작년 고작 490억원, 올해는 1667억원에 불과하다. 치료제 지원 예산도 작년 450억원, 올해 627억원에 그치고 있다. 원천기술이 대학에만 머물러 상업화가 미진하고, 제약사들은 돈 되는 당뇨·고혈압 치료제에만 투자하는 등 짧은 안목도 문제다.

격차를 시급히 따라잡을 고민은 않고, 당장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다면 코로나 장기화에 지친 국민을 더욱 낙담케 할 뿐이다. 이래서는 백신과 치료제 ‘주권 확보’가 요원하고, ‘위드(with) 코로나’ 전환도 차분히 준비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