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정류장 47곳 리모델링, 발열의자·에어커튼도 설치
'전주 버스정류장의 반란?'…개성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우와 여기가 버스정류장이에요?"
7일 전북대 앞에서 만난 관광객 김지원(29)씨는 연신 탄성을 질렀다.

정류장 지붕 위에 올려진 새 둥지 모형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면서다.

둥지 안 금속으로 만든 새알들은 햇빛에 반사돼 멀리서도 존재감을 뿜어냈다.

품 안에서 꺼낸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동안 김씨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북 전주의 버스정류장이 도심 속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칙칙한 무채색 덧칠에서 벗어나 저마다 개성을 가진 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전주 버스정류장의 반란?'…개성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국민은행 금암지점 앞 정류장은 선물상자를 빼다 박았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정류장 위에 잘 묶은 민트색 리본을 올렸다.

리본 안 금빛 물방울무늬로 아기자기한 매력을 더했다.

내부는 통유리로 마감해 개방감과 시원함을 챙겼다.

승객이 비에 젖지 않도록 널찍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전북일보 앞 정류장은 조선 왕조 발상지다운 기품이 묻어난다.

훈민정음이 쓰인 한지를 배경으로 전통 양식을 접목한 꽃과 화병, 서적 문양을 이어붙였다.

한지 사이에 햇빛이 스며들 때마다 더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넓지는 않지만,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금세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가 눈앞에 멈춰 선다.

'전주 버스정류장의 반란?'…개성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신흥중·고등학교 앞 정류장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지어진 정류장은 작은 박물관을 떠올리게 한다.

벽면에는 3·1운동 당시 조국 독립을 위해 태극기를 흔든 신흥학교 학생과 시민들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을 걸었다.

지하실에서 몰래 만들었던 초기 태극기와 현재 국기가 나란히 걸려 변화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지붕에는 태극기 망토를 휘날리는 어린 왕자가 앉아 있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망원경으로 뜨거웠던 그때의 항일 운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전주에서도 이렇게 치열하게 일제에 항거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뜻하지 않게 정류장에서 역사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전주 버스정류장의 반란?'…개성있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전주시는 2017년부터 시민과 관광객에게 도심 속 색다른 볼거리를 주기 위해 '예술 있는 승강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승객이 많은 환승 정류장을 중심으로 47곳의 리모델링을 마쳤다.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 주변은 꽃과 새, 나무를 새긴 정류장으로, 직장인이 자주 오가는 상업지구는 도회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발열 벤치와 에어커튼,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등을 설치해 승객 편의도 제공했다.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가 보고, 만지고,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승강장을 편의성, 기능성, 예술성까지 겸비한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시 품격을 한층 높이는 승강장으로 만들기 위해 남은 사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