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라 쓰고 'QAIST'라 읽는다
KAIST는 지난 3월 이광형 총장(사진) 취임 이후 신(新)문화 전략, 이른바 ‘QAIST’를 추진하고 있다. 독특한 교육 철학과 미래 지향적 사고로 김정주 넥슨 창업자 등 다수 벤처기업가를 길러낸 ‘괴짜 교수’ 이 총장의 KAIST 운영 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QAIST에서 Q는 질문(question)하는 인재, A는 고등연구(advanced research) 및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I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S는 1연구실 1스타트업(start-up) 창업 독려, T는 신뢰(trust) 기반 산·학·연·관 협력을 지칭한다.

올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에 선정된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이 지난 5월 국회에서 공개한 ‘K-NEST’ 프로젝트는 QAIST의 일환이다. K-NEST는 대전을 중심으로 세종, 오송을 연결해 첨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요 육성 분야는 인공지능(AI),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바이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재·부품·장비 등이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지역 벤처펀드 조성 △국내외 벤처투자자에게 지역 생태계 구축 권한과 책임 부여 △창업, 주거, 교육, 문화시설이 단일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단지 조성 등을 명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들이다. 이 총장은 “과학수도 대전과 행정수도 세종을 연결하는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데 KAIST가 핵심 엔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연구개발특구엔 전국 박사 인력의 46.8%가 몰려 있다.

KAIST는 K-NEST 프로젝트로 2040년 미국 나스닥 상장 스타트업 10개, 코스닥 상장 기업 50개를 배출하고 창업기업 총 가치 10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AIST가 추진 중인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SMITH)은 K-NEST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다. 4년 의무석사(MD) 과정에선 의학 48학점, 임상의학 52학점, 임상실습 52학점, 융합 의·공학 52학점을 이수한다. 이 과정에서 AI 알고리즘 및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는 MD-AI,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MD-바이오, 혁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MD-피직스 세 트랙 중 하나를 택한다. 이후 4년간 의학박사(Ph.D) 과정에선 해당 트랙을 완성한 의과학자를 배출한다.

KAIST 관계자는 “K-NEST 추진을 위해선 KAIST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설립 목적에 기술사업화 촉진 근거를 추가해야 한다. 현재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 지원 근거만 담고 있어서다. 기술사업화 촉진 근거가 생기면 ‘KAIST홀딩스’ 같은 기술지주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지역사업을 위해 KAIST에 대한 지자체의 출연 및 공유재산의 양여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