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연계의 봄'을 기다린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공연장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현장이다. 나 또한 여러 일정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주된 일이기에 백신 접종을 서둘렀다. 잔여 백신 접종으로 주변보다는 조금 일찍 접종을 완료했다. 공연장을 바라보는 상념은 백신 접종 전후가 조금 다르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마음이 살짝 설렘을 불러온다. 아마도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랄까, 기대감이랄까. 어쩌면 당연히 와야 할 ‘봄’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나의 진심어린 염원이 불러낸 기분이었을지 모른다.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대유행)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공연장들이 문을 닫으며 수많은 공연이 중단됐다. 올해는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를 기반으로 한 거리두기 좌석 운영으로 공연이 올려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곳곳에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사망자와 중증환자를 최소화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전략을 논의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공연 장르의 특수성으로 많은 이가 ‘현장성’을 꼽는다. 이 현장성은 실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행하는 행위를 일컬으며, 관객의 목도(目睹) 행위 역시 동시적으로 이뤄짐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모든 행위를 통해 상호간의 소통이 동시적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무대 위 배우의 슬픔과 기쁨, 눈물과 환희를 객석의 관객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그것이 공연이 말하는 현장성이고 ‘소통’이다. 지금 우리 관객들은 이런 ‘공연의 현장성’을 느끼기 위해 번거로운 방역 수칙을 감수하고 공연장을 찾고 있다. 무대에 섰던 배우와 인사하다 보면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고, 관객의 환호와 미소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마스크 속에 숨겨진 관객의 표정이 드러날 때 비로소 진짜 현장성이 완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7개월간 문을 닫았던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공연이 재개됐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모든 관객이 백신 접종 증명을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우리 공연장에도 ‘백신 접종 할인’ 예약 관객이 점차 늘고 있다. 아마 이제 곧 우리 공연계에도 관객의 환호와 미소를 마주하는 진짜 현장성을 함께할 그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렇게 공연계에 ‘봄’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