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퇴직 후 저지른 범죄까지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았더라도 공무원연금법상 연금 감액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퇴직 전후에 이뤄진 범죄사실을 묶어 처벌 판결을 내린 이상 퇴직 전에 있었던 범죄사실만 놓고 연금 감액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찰공무원 출신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급여 환수 및 제한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2014년 퇴직한 A씨는 퇴직 전인 2011년 7월과 퇴직 후인 2015년 11월, 2016년 5월 3차례에 걸쳐 배우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3차례 폭행치상·상해를 묶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해 지급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A씨에게 이미 지급된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절반을 환수하고 남은 퇴직연금도 절반으로 감액하기로 했다.

A씨는 반발했다. 그는 “재직 중 범죄만으로 처벌받았다면 벌금형에 그칠 수 있었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공무원연금공단의 연금 감액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직 중 범죄사실만 보면 죄가 가볍고 폭행 횟수도 1회에 불과해 형사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퇴직연금 제한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A씨가 경합범으로 처벌받은 이상 재직 중 범죄에는 어떤 법정형이 선택됐는지 알 수 없다”며 “급여 제한 처분을 하는 행정청이 재직 중 범죄의 양형을 별도로 고려해 심리·판단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서 3가지 범죄사실을 묶어 하나의 결론을 내린 이상 개별 범죄사실마다 어떤 처벌을 내렸는지 알 수 없는 만큼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 전에 있었던 범죄사실만 놓고 자체적으로 형량을 판단해 연금 감액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부가 경합범 관계에 있는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면, 모든 죄에 금고 이상의 형이 선택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