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마스크 제조업체가 디자인을 도용당했다며 경쟁 마스크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2부(부장판사 박태일 이민수 이태웅)는 A업체가 B업체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업체에 판매금지와 함께 8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해 3월, C씨는 ‘D회사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A업체를 방문했다. C씨는 A사 측에 “중국 마스크 제조 기계를 수입할 것”이라며 “기계를 A사 공장에 두고 함께 마스크 제조·판매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A사는 이를 받아들여 C씨에게 세부 디자인을 넘겼다. 이후 A사 공장에 기계 두 대가 샘플로 입고됐다. 하지만 실제 가동 결과 제품에 대한 A사와 C씨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공동 사업은 무산됐다.

문제는 이후 C씨가 B업체 대표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B사가 A사와 같은 디자인의 마스크를 출시한 것이다. 두 마스크는 모두 가운데 부분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새부리형 마스크’ 형태다. 미세먼지 차단 성능도 KF-94로 같았다. 결국 A사는 “동일한 제품 출시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B사 측은 “해당 디자인은 다른 회사도 많이 사용하는 형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마스크는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상품 형태를 크게 변화시킬 수 없어 ‘유사성’을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의 코 부분이 하트 모양이고 △테두리를 2중 점선으로 처리했으며 △접합 부분을 원만한 곡선 형태로 만든 등의 세부 형태를 모두 갖춘 제품은 시중에 A사와 B사 마스크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동 사업을 위해 받은 제품을 사업을 하지 않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방해 제조·판매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