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소환 통지나 인도·국제공조 요청 없었다"
"탈세 시효만료"…허재호 前대주 회장, 행정소송 승소
허재호(79·불구속 기소) 전 대주그룹 회장이 탈세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허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탈세 혐의로 2019년 기소된 허씨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해왔다.

탈세로 지목된 세금이 2007년 발생했는데, 이 세금을 2008년 5월까지 신고해야 하는 만큼 10년이 지난 2018년 5월에 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이다.

허씨 측은 그가 2015년 출국해 뉴질랜드로 가면서 시효가 정지됐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소환 통지나 인도 요청, 국제공조 수사 요청 등을 게을리해 시효가 지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지난해 7월 "정부가 뉴질랜드 측에 나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는지, 국제수사 공조를 요청했는지 정보 공개를 해달라"고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허씨가 청구한 정보가 외교관계에 관한 일이며,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이 있는 정보인 만큼 비공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개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허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법무부) 주장에 따르면 형사사법공조 관련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공개할 수 있다는 결과에 이르게 돼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법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비공개로 정보를 열람·심사한 결과 법무부는 허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지는 않았으며, 기소 이후인 작년 2월 뉴질랜드에 대한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외교부에 의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 범죄인 인도나 사법공조를 청구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공소시효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은 허씨의 출국뿐만 아니라 핵심 참고인이자 허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황모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한동안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황씨 등 3명의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5억여원과 차명 주식 배당금의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과거 탈세로 선고받은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귀국해 벌금 대신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택해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검찰이 노역을 중단시키자 허씨는 석방 후 남은 벌금을 납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