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첫발' 뗐지만…역세권 많아 상가 동의가 변수
정부가 작년 ‘5·6 대책’과 ‘8·4 대책’을 통해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제시한 공공재개발 사업이 첫발을 뗐다. 공공재개발은 지난해 후보지 선정에 70곳이 신청하는 등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 선정된 8개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의 향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기부채납 비율과 조합원 적정이익 보장, 임대주택 공급 등에서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지 대부분이 상가를 품은 역세권이어서 상가 소유주와 주민 갈등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재개발 8곳에서 4700가구 공급

정부는 15일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구역 중 이미 정비계획안에 마련돼 있어 심사 등이 쉬운 기존 정비구역 12곳을 검토해 8곳을 선정했다.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대부분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낮은 사업성 혹은 조합원 갈등 등으로 10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곳이다.
공공재개발 '첫발' 뗐지만…역세권 많아 상가 동의가 변수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5·6 대책에서 처음 제시한 방안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조합과 함께 공동시행사로 참여하는 형태다.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에는 △용적률 상향(현행 250%→300%)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대신 새로 짓는 주택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8개 후보지에는 현재 1704가구가 있는데, 재개발이 끝나면 4763가구로 3059가구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늘어난 물량의 절반인 1500가구를 공공임대와 수익공유형 전세 등 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후보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뒤 정비계획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주민 동의를 얻어 오는 12월 후보지를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상가 많아 갈등 불어질 수도

정부는 이날 발표한 8곳 외에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47곳(도시재생지역 등 제외)에 대한 심사 결과도 오는 3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 5·6 대책에서 공공재개발을 통해 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만큼 더 많은 후보지를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 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래전부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지역인 만큼 풀어야 할 이해관계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가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신청을 철회했다.

공공재개발 지역의 상가 주인 동의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카페 대표는 “역세권 위주로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이들 지역에는 상가가 많다”며 “상가 주인 간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재개발 사업이 지연된 곳 상당수가 사업성이 아니라 주민 갈등이 걸림돌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조합이 설립된 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조합원 50%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신규 구역과 해제구역의 경우엔 토지 등 소유자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간 재개발 조합 설립에 필요한 동의율 75%와 비교하면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을 하려면 주민 보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적정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 동의를 받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진석/이유정/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