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7년 이후부터 매년 재판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기간이란 사건이 접수된 때부터 선고가 나기까지의 기간이다. 특히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민사재판은 3년 새 재판 기간이 두 배로 늘었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등법원 민사재판을 제외한 △대법원 민·형사 △고등법원 형사 △지방법원 민·형사 등 모든 재판의 평균 기간이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 민사재판의 경우 2017년 재판 기간이 평균 3.8개월이었지만 2020년 6월 기준 6.8개월이 소요됐다. 3년 만에 재판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시기 대법원 형사재판 기간도 2.6개월에서 2.9개월로 소폭 늘어났다.

고등법원의 형사사건 재판 기간은 4.2개월에서 5.2개월로 늘었다. 반면 민사사건 재판 기간은 8.5개월에서 7.3개월로 유일하게 줄었다. 지방법원 민·형사 재판 기간 역시 모두 늘었다. 민사는 4.8개월에서 5.6개월로, 형사는 4.2개월에서 5.1개월로 늘었다.

헌법 제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줄곧 ‘신속한 재판’보다 ‘충실한 재판’을 강조해 왔다”며 “재판이 늘어지면서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속한 재판으로 당사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곧 피해자에게 충실한 재판”이라며 “법원은 대법원장의 말보다 헌법을 더 지키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한 판사는 “2015년과 2016년 접수된 장기미제 사건들이 올해 대법원에서 많이 선고된 것으로 안다”며 “임금, 노조 사건이 대표적인데 이들 사건 선고 때문에 대법원 민사재판 기간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