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판매 제품을 담는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촉구했다. 손잡이 없이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탓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직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28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손잡이 없는 무거운 상자를 쌓고 내리며 노동자들이 골병 들고 있다”며 “대형 마트는 상자 손잡이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마트 노동자 5177명 중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비율은 69.3%다. 마트노조는 이들이 주로 손잡이 없이 무거운 박스를 맨손으로 옮긴 탓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님도 잠깐 장바구니에 손잡이가 끊어지면 손가락이 아프고, 팔이 아픈 경험을 한다”며 “마트에서 일하며 미끌미끌한 박스를 손잡이 없이 매번 들어야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마트노조는 지난해부터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해달라고 이마트 등 대형 마트에 요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 지역 고용센터에 상자 손잡이 설치를 촉구하는 자필 이유서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까지 나서 “조속히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마트노조는 대형마트가 직접 상자 손잡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가 인력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는 작업에서 과도한 무게로 목, 허리 등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사업주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5㎏를 넘는 무거운 상품을 취급할 때는 손잡이, 갈고리 등 보조도구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자체제작(PB)상품에도 손잡이 구멍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며 “마트가 손잡이 설치에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잡이 설치 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체제작(PB)상품의 경우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제조사에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제조사도 비용 문제를 호소하기 때문에 강력히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현아/최예린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