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사(반도체 수탁생산) SMIC에 대한 제재를 선언한 가운데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이 수혜주로 부상했다. DB하이텍의 사업영역이 SMIC과 직접적으로 겹치는 만큼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28일 DB하이텍은 8.9% 오른 3만7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31.54%에 달한다. 이 기간에 기관투자가는 DB하이텍 주식을 4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DB하이텍은 기관이 7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3번쨰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이날 상승에는 미국 상무부의 SMIC 제재가 재료로 작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소재 및 설비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SMIC에 제품을 수출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SMIC는 장비의 절반 이상을 미국의 램리서치와 KLA 등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SMIC 제품이 중국에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SMIC로 무역 분쟁의 전선을 확대하면 그 수혜는 DB하이텍을 비롯한 국내 경쟁사들로 향할 전망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MIC는 전체 매출의 75%가 55nm 이상의 첨단이 아닌 레거시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DB하이텍의 사업 영역”이라며 “SMIC 제재 이전에도 전세계적으로 파운드리 기업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상황이라 DB하이텍이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SMIC 제재라는 재료를 제외하고 봐도 DB하이텍의 성장세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인 수준이라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6.95% 증가한 2846억원일 전망이다. 지난 2분기 공장 가동률이 98%에 달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 6.92배라는 낮은 밸류에이션의 원인이었던 불안한 재무구조도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52%를 기록하며 작년말(68.9%)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