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미래 교육 개혁의 핵심이 시설 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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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兆를 노후 시설 개선에 쓰기에 앞서
학교 수업·공부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
'생각하는 힘' 기르는 교육의 틀 세워야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학교 수업·공부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
'생각하는 힘' 기르는 교육의 틀 세워야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생각보다 길게 갈 것 같다. 교육 현장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유지·병행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노후 학교 건물 2835개 동의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에 첨단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고 태양광발전을 활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자립 학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정말 ‘시설’인가? 올초 전면 온라인 교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이슈는 학교 시설이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는 인프라 문제도 있었으나 네트워크 불안, 디지털 기기 부족, 컴퓨터 사용법 미숙 등 기술 및 예산 지원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교육당국이 해결해 왔다.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수업 부실, 학습 결손 누적, 교육 격차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위권이 실종되고 하위권이 늘어난 점이 앞다퉈 보도됐다.
교실이 아닌 원격 환경이라서 교육 부실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할 것인가? 그럼 동일한 원격 온라인 환경에서 교실 수업 못지않게 우수한 교육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귀족학교’라고 비난받으며 국제중 재지정이 취소된 영훈국제중 수업에 대한 기사(‘방과후 활동도 원격으로… “학교 안 가도 문제없어요”’·동아일보 2020년 8월 22일자)에 의하면 학부모, 학생, 교사들은 이 학교의 교육에 만점을 줬다. 이 학교는 시설만 보면 일반학교에 비해 상당히 낙후됐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열정이 넘치고 학생들은 밤늦도록 과제를 하면서도 학교가 즐겁고 공부가 재미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직후 전 과목의 온라인 수업에 나섰지만 모든 수업이 실시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일반 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를 중단한 것과 달리 이 학교는 이전처럼 과정중심평가를 할 수 있었고 학습 결손도 전혀 없었다. 아침에 출석만 체크한 뒤 EBS 동영상이나 인터넷 강의만 보라고 하는 일반학교 아이들의 원격학습과 얼마나 격차가 벌어지겠는가.
귀족학교라고 비판받는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국제학교 등 일반학교가 아닌 학교들은 원격 상황에서도 상당수가 전면 실시간 상호작용 수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의 공부 강도와 수업 밀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이 학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전체 실시간 상호작용 수업으로 학습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정해진 지식을 전달하기만 하는 일방향적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기존 지식을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양방향적 ‘꺼내는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평소에 수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한 개혁 대상은 공교육의 ‘시설’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비판적 창의적 사고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단순 정보·지식 숙지를 넘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이를 위해 기존의 수능과 내신 등 평가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리하여 수업 방식 및 공부 방식이 패러다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내용의 방향과 질 개혁이 시급하다고 끊임없이 부르짖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 내용의 방향과 질에는 눈을 감고, 학습 결손이 누적돼 학습 격차가 양극화되는 심각성도 외면하고, 18조5000억원이라는 거대 예산을 시설 개선에만 쓰겠다고 한다. 공교육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 아니다. 원격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탁월한 교육을 하는 학교들이 일반학교에 비해 학자금이 엄청 비싼 것도 아니다. 그 학교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일반학교에서는 세금이 부담할 뿐이다.
왜 정부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가진 학교들은 아이들이 즐거우면서도 밀도 있는 온라인 학습이 되는데, 일반학교들은 학습 격차에 아우성치는 교육만 하게 두는가? 귀족학교라고 폐지할 생각에 앞서 이 학교들의 교육을 일반학교에 적용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디지털 기기에 태양광 건물이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할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절로 길러지는가? 정말 무엇이 중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정말 ‘시설’인가? 올초 전면 온라인 교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이슈는 학교 시설이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는 인프라 문제도 있었으나 네트워크 불안, 디지털 기기 부족, 컴퓨터 사용법 미숙 등 기술 및 예산 지원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교육당국이 해결해 왔다.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수업 부실, 학습 결손 누적, 교육 격차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위권이 실종되고 하위권이 늘어난 점이 앞다퉈 보도됐다.
교실이 아닌 원격 환경이라서 교육 부실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할 것인가? 그럼 동일한 원격 온라인 환경에서 교실 수업 못지않게 우수한 교육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귀족학교’라고 비난받으며 국제중 재지정이 취소된 영훈국제중 수업에 대한 기사(‘방과후 활동도 원격으로… “학교 안 가도 문제없어요”’·동아일보 2020년 8월 22일자)에 의하면 학부모, 학생, 교사들은 이 학교의 교육에 만점을 줬다. 이 학교는 시설만 보면 일반학교에 비해 상당히 낙후됐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열정이 넘치고 학생들은 밤늦도록 과제를 하면서도 학교가 즐겁고 공부가 재미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직후 전 과목의 온라인 수업에 나섰지만 모든 수업이 실시간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일반 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를 중단한 것과 달리 이 학교는 이전처럼 과정중심평가를 할 수 있었고 학습 결손도 전혀 없었다. 아침에 출석만 체크한 뒤 EBS 동영상이나 인터넷 강의만 보라고 하는 일반학교 아이들의 원격학습과 얼마나 격차가 벌어지겠는가.
귀족학교라고 비판받는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국제학교 등 일반학교가 아닌 학교들은 원격 상황에서도 상당수가 전면 실시간 상호작용 수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의 공부 강도와 수업 밀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이 학교들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전체 실시간 상호작용 수업으로 학습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정해진 지식을 전달하기만 하는 일방향적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기존 지식을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양방향적 ‘꺼내는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평소에 수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한 개혁 대상은 공교육의 ‘시설’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비판적 창의적 사고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인공지능에 백전백패할 단순 정보·지식 숙지를 넘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이를 위해 기존의 수능과 내신 등 평가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리하여 수업 방식 및 공부 방식이 패러다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내용의 방향과 질 개혁이 시급하다고 끊임없이 부르짖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 내용의 방향과 질에는 눈을 감고, 학습 결손이 누적돼 학습 격차가 양극화되는 심각성도 외면하고, 18조5000억원이라는 거대 예산을 시설 개선에만 쓰겠다고 한다. 공교육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 아니다. 원격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탁월한 교육을 하는 학교들이 일반학교에 비해 학자금이 엄청 비싼 것도 아니다. 그 학교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일반학교에서는 세금이 부담할 뿐이다.
왜 정부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가진 학교들은 아이들이 즐거우면서도 밀도 있는 온라인 학습이 되는데, 일반학교들은 학습 격차에 아우성치는 교육만 하게 두는가? 귀족학교라고 폐지할 생각에 앞서 이 학교들의 교육을 일반학교에 적용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디지털 기기에 태양광 건물이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할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절로 길러지는가? 정말 무엇이 중한가?